▲ 사진=제주도의회

[제주신문=전아람 기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전임 도정과 달리 차별성을 두기 위해 대표 공약으로 내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결론이 이른바 오 지사의 ‘가이드라인’인, 5~6개 기초단위와 기관통합형(간선제 단체장 선출)으로 특정될 우려가 있다고 해서 보다 추상화 된 ‘행정체제개편’논의로 진행되고 있다.

 오 도정 출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추진중인 행정체제개편은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서만 실현가능하다. 다시 말해 주민투표로 도민들이 기초단체 부활에 중지를 모으더라도 제주도의 단독 결정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고, 정부입법이든 의원입법이든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진척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당연 전제조건으로 정부와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통해 행정체제개편의 필요성과 개편방식에 대한 논의를 성숙시켜야 한다.

 지난 18일 오 지사가 이와 관련해 현재 정부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묻는 도정질문에 “현 정부가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주민투표 실시시기를 제주특별법 개정 이후라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 표명은 앞서 2024년 총선을 특정해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공약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에 여지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제주도의회는 15억원을 투입해 진행중인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추진 연구용역이 공론화로만 그치고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시각을 견지하며 오 도정의 대정부 설득 노력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냈다.

 29일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철남)가 제411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회의에서 도 자치행정국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은 제주도정을 상대로 질의에 나서 지난 15일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박경숙)가 발주한 연구용역이 행정체제개편에서 차지하는 절차적 의미를 되짚었다.

 현 의원은 “도민들은 용역이 시행되고 주민투표 하면 행정체제가 개편되는 걸로 아는데 아니지 않냐”며 “제주가 결집된 의견으로 정부를 압박 내지 요구하는 근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그동안 (제주가 정부에)요구했던 사안들이 무산됐었다. 특별법이 개정 안되면 그같은 상황도 예측되는 것이냐” 며 “이상한 기대심리를 줄 게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제주도는 주민투표를 정부설득보다 앞에 둔 원칙을 되풀이했다.

 이에 현 의원은 “오 지사가 정무적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의사타진이 필요하지 않나. 막무가내로 정치가 빠진 상황. 정치적 역량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10여년을 해도 안됐는데 용역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며 과다하게 편성된 행정체제개편 예산에 비판적 시각을 보냈다.

제주도는 15억원의 연구용역 예산 외에 도민설명회, 행개위 회의 예산 등을 별도로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한 상태다.